2023.09.18 [시대만필] 의료(醫療)와 이료(理療)1
[시대만필] 의료(醫療)와 이료(理療)
기자명 이원희 입력 2023.09.18 17:24 댓글 0
경기도에서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그동안 시각장애인 특수학교가 전국에 13곳 있으나, 전국에서 시각장애인이 가장 많은 경기도에 단 한 곳도 없어 특수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민 목소리가 높았다. 마침내 국회의 노력과 경기도교육청의 의지가 수렴되어 경기도 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구체화하고, 옛 수원 영동중학교 자리에 2027년 3월에 개교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시각장애인들의 진로를 고민하는 노력도 수반되기를 기대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교가 궁극적으로는 이들의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 각종 AI 기법을 접목한 연구를 통해 신체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구를 개발해야 하고, 자신의 특성에 맞는 직업을 발굴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8월 말에 일본의 츠쿠바기술대학을 방문하여 이료학과 운영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왔다. 이료(理療)는 안마와 같은 수기요법과 침술과 같은 자극요법으로 질병을 다스려(理) 고치는(療) 시술을 의미한다. 1912년 제생원 맹아부에서는 3년 과정의 일본 이료교육 제도를 도입하여 이료는 시각장애인만의 직업으로 지속되었다. 다만 1963년 ‘의료법’에서 침술을 제외하여 이료의 범위가 안마로 제한되었다. 현재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만이 할 수 있는 유보고용(reserved employment)으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다만 중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고 안마수련기관에서 2년 이상 과정을 수료하여 시·도지사가 부여하는 자격을 받으면 된다. 도입 초기에는 면허제이었으나, 1963년 ‘의료법’ 개정으로 허가제로 변경되었다. 유사 업무를 하는 물리치료사는 전문대학 이상의 과정에서 양성되고 국가고시를 통한 면허제로 관리되어 전문성이 인정되고 있는 것에 비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다. 실제 한의학의 추나요법이나 양의학의 도수치료가 건강보험이나 실손보험으로 시술되는 것에 비해 의료계의 이료행위에 대한 불신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중국이나 일본은 국립대학에 4∼5년제의 이료학과를 두어 학사학위를 가진 안마사를 양성하고 있다, 학력을 신장하여 전문성을 강화하는 한편 시각장애 안마사의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츠쿠바기술대학은 보건과학학부에 침구학 전공, 이학요법학 전공 그리고 정보시스템학 전공을 두고 있고, 부설기관으로 동서의학종합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침술을 시각장애인이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자, 실제 시각장애인이 침을 놓고 심지어 전기 장치에 연결하여 시술하는 것을 보여 주었다. 시설에 적응된 감각으로 장소를 파악하고 있었고, 예민한 감각으로 신체를 이해하고 침술을 문제없이 수행하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침술은 한의학의 영역으로 되어 있어 자칫 오해를 유발할 수 있으나, 안마를 보다 전문화하여 국가 자격증으로 운영하고 전문적인 연구의 영역으로 발전시키는 부분은 의미 있게 느껴졌다. 4년제 대학이 시각장애 특수학교 및 전문학교와 다른 점은 학사 자격이 부여되고, 서양의학을 학습하며, 동서의학종합센터(병원) 등에서의 임상실습이 강화되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패드(화면읽기기능)를 활용하여 시각장애인도 의사의 차트를 확인하여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물론 전문학교 또는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 배출된 침구사, 안마·마사지·지압사들도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보다 의미 있는 기술을 배우고 연구를 해보려는 이들에게 4년제 대학의 진학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국의 Iowa대학과 협력하여 국제 CSCS(Certified Strength and Conditioning Specialist: 공인체력관리사) 자격증을 연계하고 있었다.
사실 시각 장애로 인해 다른 감각 기관이 발달하여 특이한 능력을 보이는 분들이 많다. 우리 사회는 어떤 계기로 해서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고 그리고 어려운 자기 극복의 과정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애인을 위한 최대의 복지는 고용·취업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고 이를 위한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원희 한경국립대 총장
출처: 중부일보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61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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